외향형의 무의식의 태도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주관적인 것을 아주 무시하고, 객관적인 상황에 따라서만 행동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님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건전한 외향형에서는 항상 적당한 보상을 내향적인 작업을 통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그의 장기인 객관적 현실에 대한 건설적이고 유익한 방향으로 실시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나 외향적인 태도가일방적으로 과장되면 외향적이지 않은 것은 모두 의식에서 배제되어 무의식에 억압되고, 이것이 오랫동안 지나치게 지속되면 의식의 태도와는 다른 여러 가지 특이한 무의식적인 경향이 생기게 되고, 뒤에는 이것이 의식을 자극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 무의식은 극단적인 내향적 경향을 띠는 것이 보통인데, 무의식에 억압된 내향적 경향은 분화 발달될 기회를 잃게 되므로 억압이 오래도록 계속되고 의식에서 그것이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막으면 막을수록 미분화된 원시적 고태적 특징을 나타내게 됩니다. 바꾸어 말하면 그런 내향적 경향은 무의식의 가장 밑바닥의 본능적인 충동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리하여 건전한 주체적 판단이나 이에 입각한 행동이 아니고 유아적인 자기 중심적 이기적인 경향과 같은 미분화된 내향성을 강하게 띠게 되는 것입니다. 의식적인 외향적 태도가 완전하면 완전할수록 무의식적인 태도는 유아적이고 고태적입니다. 극도의 객체지향성은 결과적으로 미구에 극도의 주관적 견해나 욕망에 의하여 지배당할 바탕을 마련하게됩니다. 무의식의 경향은 단순히 어린애 같은 유치함을 넘어서는 무자비한 이기주의와, 프로이트가 말하는 근친혼에의 욕망에까지 번지게 됩니다. 그런 뜻에서 고태적입니다. 외향형은 현재와 외적 현실에 집착하는 나머지 과거와 역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고 누가 뭐라고 했는지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박합니다. 미국의 프래그머티즘은 상당히 이와 같은 외향성을 띤 사상 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의식적으로 끊어 버린 과거와 역사는 의식에서는 없어지지만, 무의식에서 연맹을 하여 그 개체를 포함한 전 인류의 과거가 하나의 요청으로서 의식의 현재주의에 대립하게 됩니다. 이 점에 대해서 융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의 전 역사와 인류의 역사를 마음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역사적 요소는그 현명한 운영을 절실히 요청합니다. 지금까지의 것은 어떻게든 새로운 것 가운데서 발언될 기회가 주어져야 하며 체험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객체에의 전적인 동화는 억압된 소수자인 지금까지의 것, 처음부터 있어 온 것, 원초적인 것의 항의에 부딪히게 됩니다. 또한 무의식은 오직 욕구일 뿐이라고 프로이트가 주장한 것은 사실 극단적인 외향형의 무의식의 경향에 부합된다고 융은 말합니다. 이렇게 외향형의 의식적 태도에 상반되는 무의식적인 경향이 적절한 대상의 정도를 넘어서서 의식에 대하여 거의 적대적인 반작용을 하기 시작하면, 외향형 자신도 전혀 깨닫지 못한 가운데 의식의 태도와는 모순된 무의식적 경향이 의식 표면에 나타나 그의 행위는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됩니다. 객관적 규준에 의하여 공정무사하게 사무를 처리하며 항상 남과 사회를 위하여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때때로 내 마음대로 무엇이든지 해치우려는 끝없는 아집과 횡포를 부려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겉으로 보아서는 그 사람의 어느 것이 의식적 태도이고 어느 것이 무의식적 태오인지를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누가 무슨 유형에 속하는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의식의 외향적 태도가 무의식의 열등한 내향적 태도에 어떻게 동화되어 가는가를 융은 한 출판사 주인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20년 동안 남의 점원 노릇을 하며 고된 일을 해오다가 독립하여 장래가 유망한 회사의 경영주가 되었고, 그의 회사는 점점 번창하여 이 사람의 사적인 관심은 전적으로 사업을 위해서 희생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회사의 확장과 경영이라는 외부적 작업에 의해서 억눌린 내적인 관심은 무의식에서 대상적으로 강해져서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이 점차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그리하여 그림의 취미를 따로 키워 가지 않고, 그가 내 놓은 책들의 예술적인 장정을 꿈꾸게 되어, 이 꿈을 실현하려고 그의 유치한 추미에 맞게 책의 모양을 내기 시작했는데 그만 수 년 후에 그 때문에 회사가 파산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예는 똑같은 경우는 아니라 하더라도 한국현대의 많은 기업가들에게서도 발견되는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가즈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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