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카테고리 없음 2020. 2. 2. 16:32

그림자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자기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말에 저 잘난 맛에 산다고도 합니다. 나는다 잘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나를 못살게 군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주장하면 할수록 나는 나의 약점과 나의 결점을 못 보는 장님이 됩니다. 무의식 속에는 나도 모르는 또 하나의 나 가 있어 나도 모르게 나로 하여금 실수를 하게 해서 내가 지향하고 내가 주장하는 것과는 진혀 다른 모순된 행동을 하게 합니다. 그 모순을 나중에 의식하고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자기가 모순을 감행하는지를 모르고 자기는 늘 정당하다고 믿는 경우도 많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은 바로 그림자를 두고 하는 명언입니다. 내가알고 있는 나만을 나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러한 나만을 내세우면 마로 그 밑바닥의 나의 부분을 모르게 됩니다. 심리학적인 의미에서의 그림자란 바로 나의 어두운 면, 즉 무의식적인 측면에 있는 나의 분신입니다. 자아의식이 강하게 조명되면 될수록 그림자의 어둡은 짙어지게 마련입니다. 선한 나를 주장하면 할수록 악한 것이 그 뒤에서 짙게 도사리게 되며 선한 의지를 뚫고 나올 때 나는 느닷없이 악한 충동의 제물이 됨으로써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게 됩니다. 정의를 주장하는 사람이 부정의 수령에 자기도 모르게 빠지며 도덕적인 결백을 신조로 내세우는 사람이 성적인 추문을 일으키며 자유와 고매한 정산을 지향하는 지식인이 권력과 금욕에 눈이 어두워 뭇사람의 손가락질을 받게 됩니다. 이 세상에서 좋은 것만을 하고자 하고 자기는 옳다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오히려 나쁜 것 에 대한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위선자 라든가 이중인적자란 바로 자기 마음속의 검은 그림자를 의식하지 못하는 데서 옵니다. 낮에는 점잖은 의사이나 밤마다 포악한 괴물로 변하는 로버트 스티븐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의식적 인격과 무의식적 연격의 이중성을 표현하는 좋은 예입니다. 하이드는 의사 지킬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민간설화에 나오는 많은 대극적 인물인 흥부와 놀부, 콩쥐와 팥쥐, 가짜와 진짜등 무수한 쌍들이 바로 인간정신의 의식성과 무의식성, 명과 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쌍은 보다 신화적인 차원의 세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 니체의 초인 자라투스트라와 추악한인간 그리고 심지어는 그리스도와 마귀에서 보듯이 모든 선하고 정의로우며 초인적인 존재의 악하고 추하며 비천한 반려자는 모두 그것의 그림자들입니다. 그림자는 의식의 바로 뒷면에 있는 여러 가지 심리적 내용으로 열등한 인격과 같은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어두운창고에 내버려진 곡식이나 연장과 같은 것으로 오래두면 곰팡이가 피고 녹이 슬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의식될 기회를 잃었으므로 미분화된 새로남아 있는 원시적인 심리적 경향, 심리적 특징들입니다. 그러므로 그림자가 외부의 대상에미숙하고 열등하고 부도덕하다는 등 부정적인 인상을 갖게 됩니다. 그러므로 그림자를 자기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림자는 본래부터 그렇게 악하고 부정적이고 열등한 것이 아니라 그늘에 가려 있어서, 다시 말해서 무의식 속에 버려져 있어분화될 기회를 잃었을 뿐이고, 그것이 의식되어 햇빛을 보는 순간, 그 내용들은 곧 창조적이며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들입니다. 그러므로 그림자의 부정적 측면은 대개 상대적인 것입니다. 드물게 그림자가 긍정적인 측면을 띠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은 자아의식의 좋은 면이 억압되었을 때이며, 이때 나는 스스로를 지나치게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좋은 것은 남에게만 있다고 믿는것입니다. 그림자는 흔히 외계에 투사되며 대개는 투사됨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그림자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성서에 남의 눈의 티를 보면서 자기 눈의 들보를 모른다 했거니와 그림자의 투사도 이와 비슷합니다. 투사란 물론 자아가 하는 것이 아니고 무의식적으로 되는 것이어서 자아는 단지 투사된 대상에 감정적으로 집착하게 됨으로 써 어떤 무의식적인 내용이 투사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전혀 그런 사실도 모르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Posted by 가즈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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